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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없던 시절, 네이버는 □였다 [사이다IT]

등록 2025.06.15 08:01:00수정 2025.06.15 08: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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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험치 정보 쌓인 '지식IN' 무기로 검색 시장 평정한 네이버

네이버, AI 검색 통합 에이전트 청사진 공개…챗GPT 닮은 꼴 디자인 선보일 듯

정확성 앞세워 'AI 환각' 경계…네이버식 검색 인프라 강조

[서울=뉴시스] 네이버 구버전 검색창 (사진=뉴시스 DB)

[서울=뉴시스] 네이버 구버전 검색창 (사진=뉴시스 DB)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사이다도 뚜껑 열리면 [ ]다'

2000년대 초중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스펀지'를 기억하신다면 정보 소개 장면마다 등장하던 초록 배경의 검색창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서비스명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누구나 그 초록창이 '네이버'라는 걸 알 수 있었죠.

방송에서는 네이버 지식인(iN) 사용자들의 질문과 답변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특정 회차에서는 지식인 우수 이용자가 일반인 패널로 출연하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백과사전에서는 찾기 어려운 일상생활의 궁금증을 지식인에 남기면 어느새 어느 이용자가 답변을 달아 문제 해결을 도왔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마치 무엇이든 물으면 답해주는 인공지능(AI) 같은 경험이었을 겁니다.

지식인은 질문과 답변을 통해 수많은 정보의 창고를 만들었다면 녹색 검색창은 출입구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 '궁금하면 네이버에 물어봐'라는 슬로건을 내건 네이버의 녹색 창은 AI가 없던 시절에도 네이버가 실질적인 문제 해결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기반이 됐습니다.

그런 네이버가 상징과도 같던 녹색 창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여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시대에 맞춰 검색 플랫폼을 '통합검색'에서 '통합 에이전트'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공개하면서입니다. AI 중심의 네이버 검색 인터페이스(UI)에서는 녹색 창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챗GPT랑 뭐가 다르지?" 초록창 사라진 네이버 에이전트

[서울=뉴시스] 네이버 통합 AI 에이전트 콘셉트 (사진=네이버 제공)

[서울=뉴시스] 네이버 통합 AI 에이전트 콘셉트 (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지난 12일 공개한 통합 AI 에이전트 콘셉트에는 초록색 검색창을 볼 수 없습니다. 챗GPT 등 다른 AI 챗봇처럼 입력창은 하단에 배치했고 UI 전반은 AI와의 대화 중심으로 구성됐습니다. 기존의 네이버 통합검색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죠.

이 통합 에이전트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AI가 요약해 보여주는 'AI 브리핑'을 시작으로 대화형 탭을 통해 일정 추천, 상품 구매, 장소 예약 등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구현합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검색창에 '5살 아이와 제주도 갈 만한 곳 추천해 줘'라고 입력하면 AI가 블로그 등 여행 후기 콘텐츠를 종합해 검색 결과에 다양한 추천 장소를 안내·요약한 AI 브리핑이 표시됩니다.

이후 이용자가 검색 결과 상단 탭 중 'AI 탭'을 클릭한 후 에이전트에서 추가 질의를 통해 추천된 장소 중 몇 곳을 여행 코스로 요청하면 지도 기반 최적의 동선을 안내받으며 식당, 숙소 등 이용을 위한 네이버 예약으로도 연결됩니다. 검색-탐색-결정-행동이 하나의 여정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서울=뉴시스] 네이버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 '큐(Cue:)' (사진=네이버 캡처)

[서울=뉴시스] 네이버 인공지능(AI) 검색 서비스 '큐(Cue:)' (사진=네이버 캡처)


사실 네이버와 녹색 창과의 이별은 이미 이전부터 진행돼 왔습니다. AI 검색 '큐(Cue:)'에서는 브랜드 색상인 보라색과 청색이 조합된 새로운 UI가 적용됐습니다. 네이버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 정체성을 반영한 디자인인데요. 이번 통합 에이전트 콘셉트에서도 기존의 녹색 디자인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검색의 종말, 아직 멀었다"

[서울=뉴시스] 구글(왼쪽), 챗GPT 검색창 (사진=각 사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글(왼쪽), 챗GPT 검색창 (사진=각 사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네이버 녹색 창이 완전히 없어지는 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네이버가 공개한 콘셉트는 말 그대로 콘셉트고 향후 어떻게 나올지 모릅니다. 또 AI 검색에 활용되는 에이전트와 기존 통합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녹색 창이 별도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생성형 AI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기존 검색 빈도도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관측됐다는 연구 결과(박성호 서울대 교수 연구팀)도 있습니다. AI가 답변한 내용에 대해 사용자들이 보다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고자 기존 키워드 검색도 활용한다는 겁니다.

이에 네이버는 키워드 중심 검색 시대의 종말이 빠르게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김상범 네이버 검색 플랫폼 리더는 "생성형 AI를 검색 서비스로 인지하는 트렌드가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도 잘 대응해야 한다"며 '찾는' 시대를 넘어 '묻는' 시대가 오는 만큼 AI 에이전트를 잘 준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구글보다 앞선 점은"…AI 시대도 韓 검색 1등 자신한 네이버

네이버는 AI 시대에도 국내 검색 시장에서 구글보다 앞선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통합검색,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지도·쇼핑·페이 등 버티컬 서비스를 조기에 구축한 덕분이라는 설명입니다.

네이버는 국내 사용자 기반이 쌓인 블로그, 카페, 지식인 등 텍스트 중심 커뮤니티 콘텐츠에 강점이 있으며 쇼핑, 로컬, 금융, 예약, 결제까지 연결된 버티컬 데이터베이스(DB)를 갖춘 검색 플랫폼은 글로벌에서도 드문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네이버는 AI 검색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확성'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생성형 AI가 제공하는 정보는 편리하지만 틀린 정보를 마치 아는 것처럼 답하는 '환각'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구글은 AI 기반 검색 결과 요약 기능 'AI 개요'에 오류를 범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습니다. 최근 한 이용자가 "지금이 몇 년도인가"라는 질문에 "2024년"이라고 요약된 답을 받았다는 소식이 외신에서 화제였습니다.
[서울=뉴시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5월24일 구글 'AI 개요' 출시 초기 한 이용자가 무슬림 출신 미국 대통령 수를 묻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1명이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 (사진=엑스 캡처)

[서울=뉴시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5월24일 구글 'AI 개요' 출시 초기 한 이용자가 무슬림 출신 미국 대통령 수를 묻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1명이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 (사진=엑스 캡처)


앞서 AI 개요 출시 초기에는 무슬림 출신 미국 대통령 수를 묻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1명이라고 답해 화제가 됐습니다. 구글은 "AI 개요의 대다수 결과는 사실에 기반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오류 방지를 위해 적극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명해야 했습니다.

네이버는 의료, 공공, 정책 정보 등 신뢰도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정부, 대학병원, 학회 등 검증된 출처 중심의 AI 요약 설계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2000년 세계 최초로 통합검색을 도입한 이후 25년간 진화를 거듭한 네이버 검색. '녹색 창' 상징이 서서히 퇴장할지 모르는 가운데 AI 에이전트라는 새 얼굴로 재구성하며 어떻게 다음 시대를 준비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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